사는이야기

쓰봉대란. 종량제 봉투 못사서 발동동하는 직원 조기퇴근시켜준 사연

rrealred28 2026. 3. 25. 17:36

이번엔 쓰봉 대란입니다. 마트고 편의점이고 종량제 쓰레기봉투 한 장 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우리사회의 고질병이죠. 평소에는 양반신사처럼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을, 위기가 터지고나서야 발벗고 나서죠.

이 와중에 종량제봉투 사재기에 성공한 사람은 SNS에 티배깅을 합니다.

스레드 포스팅 캡처 종량제봉투 사재기를 보도한 머니투데이 기사 캡처

 

제 2의 마스크 대란일까요? 그런데 쓰봉대란은 자취생에게 유독 가혹합니다.

 

어제 한 직원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각한 표정으로 여기저기 전화하고, 검색은 하는데 가만보니 업무를 하는게 아니더라구요.

집중도 못하고 불안해서 발동동 하는게 보여서 물어봤더니, 종량제봉투를 구해야 하는데 이미 사재기가 벌어지고 있어서 퇴근하고나면 살 수 있을까 걱정이라는 겁니다.

 

마침 제가 종량제봉투, 불연성마대 이런 포스팅을 했던 터라 ㅋㅋ

주민센터, 종량제닷컴 이런 것들을 얘기해줄까 했지만, 소용이 없을거란걸 직감했습니다.

이번 쓰봉 대란은 원인이 유통이 아니고, 원료 수급에 비상이 걸려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이죠.

돈이 있어도 못사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직원들중에, 그 친구만 유독 쓰레기봉투 대란에 민감했던 이유가 뭘까요?

제가 파악한 특징적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1) 임차 오피스텔 자취생

 

- 꼭 오피스텔이라 그런건 아니지만, 원룸을 임차해서 자취하는 1인가구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들이 쓰봉대란에 가장 취약합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하고, 큰 용량의 쓰레기봉투가 꽉차도록 실내에 보관해놓기에 불리한 주거 환경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적은 용량(5, 10, 20L)의 종량제봉투를 자주 사서 자주 배출해야 하는 생활구조입니다. 

게다가 오피스텔은 빌라원룸촌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분리수거장이 체계화되어있고, CCTV 모니터링이 잘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자취를 하는 1인가구는 봉투가 비싸지건, 돈이 있어도 공급이 끊겨 살 수 없건간에 무조건 종량제봉투를 통해서만 쓰레기를 배출해야 해서 대란에 가장 취약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CCTV 모니터링이 느슨한 곳이라해서 비양심으로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2) 급여일과 연동(+1일)된 타이트한 생필품 구매

 

- 급여일에 카드대금, 월세, 각종 공과금 이체, 적금 등이 빠져나가게 해놓고 남은 돈으로 한 달의 생계를 설계해야하는 입장이라 생필품 공급대란이 불시에 터지면 유독 더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주민센터, 편의점, 마트, 시장 내 소매점 등 모든 종량제봉투 구매처가 신용카드 결제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불시에 계좌의 현금을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무릅쓰고, 구매를 하려고해도 과연 봉투를 살 수 있을까? 하는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직원과 비슷한 처지인 분들을 과감하게 조기퇴근 조치했습니다.

빨리 퇴근한다고 자기 생활권의 종량제봉투를 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여러군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집근처 지하철역에 내리지 않고, 같은 구가 걸쳐있는 가장 먼 역에서 하차한 후에

따릉이를 타고 네이버지도를 따라 주민센터, 편의점, 마트, 슈퍼 등 동선을 정해놓고 집까지 훑어서 살 수 있는만큼 사는게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물어봤습니다. "어제 봉투좀 구했어?"

 

결과가 참담합니다. 75L 한 장 구했대요. 

그것도 이사때문에 방 빼줘야 하는데 봉투가 없어서 일반쓰레기 폐기물 방치하고 가게 생겼다고 거짓말로 읍소했더니,

마지못해 한 장만 팔아줬답니다. 그 한 장에 생활폐기물 꾹꾹 눌러담고, 꽉찰때까지 비좁은 집 안에 둬야한다는게 아찔하답니다.

 

우리는 이미 겪었습니다.

우한폐렴이 코로나로 명칭이 바뀌던 때, 마스크의 원료가 되는 펄프 공급처를 부랴부랴 다원하하기 시작했고 

팬데믹 이후에 1~200원 하던 마스크를 이제는 당연하게 1~2천원에 사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를 예측해보겠습니다.

 

(1) 불법 종량제봉투 거래

당근마켓을 포함한 각종 루트로 종량제봉투가 웃돈에 팔릴겁니다.

판매를 허가받지 않은 사람의 종량제봉투 재판매는 명백한 불법이죠. 심지어 종량제봉투는 "유가증권"입니다.

이런 거래가 실제로 벌어지게 된다면 정부가 모니터링하고 집중단속하게 되는데 보통 1~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죠.

그 사이에 치고빠지는 사람이 씁쓸하지만 승자가 되겠네요.

 

(2) 쓰레기봉투 도둑

사재기를 해서 혼자 배출하면 뭐하나요~

봉투 사재기 성공은 성공이 아닙니다.

복면과 장갑을 쓴 사람이 쓰레기배출장을 주시하고 있다가, 누군가 배출하면 그걸 뜯어서 봉투만 훔쳐가는 사람이 생길텐데요.

CCTV로 그 사람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게 불안하면 수거차량이 올때 맞춰서 배출하고 차량에 실어가는 것까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죠. 

아파트단지나 오피스텔은 경비와 관리인들이 쓰레기장 경비를 더 삼엄하게 해야겠어요 ㅎㅎ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원유 자체는 전략적으로 비축하면서, 그걸 가공해서 일상생활 필수품을 만드는 중간원료는 끊길 걱정을 해야한다니

신세계입니다. 신세계.

당분간 쓰레기와 동거를 하게될지,

한시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수량 제한을 걸어놓고 배급형식으로 구매시킬지 모를 일입니다.